INSIGHTS

제일특허법인은 IP 최신 동향 및 법률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합니다.

뉴스레터

대법원, 미국 특허권이라도 라이선스 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경우 사용료에 과세 가능하다고 판단

  • September 30, 2025
  • 이우람 변리사 / 김민지 변호사

대법원은 한국에 등록되지 않고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이라 하더라도, 그 미국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특허기술이 한국에서 사용된 경우에는 그 대가로 지급되는 사용료가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해당하여 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5. 9. 18. 선고 2021두59908 판결).  이는 1992년부터 유지해 온 종전 판례(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를 전면 변경한 것이다. 

 

 

사건의 개요 및 하급심 판단 

 

2013년 SK하이닉스(‘원고’)는 미국 특허권자가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을 화해로 종결하면서, 40여 건의 미국 특허권 사용에 대한 대가로 연간 160만 달러의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2014년 원고는 미국 특허권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약 3억 1천만 원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했으나, 이후 해당 사용료는 한국의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환급을 청구하였다.

 

한국 세무당국은 환급 청구를 거부하였고, 이에 원고가 소를 제기하였다.  하급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당 사용료는 미국 특허권에 대한 것이므로 국내에서 발생한 과세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관련 법리 및 사건의 쟁점

 

한∙미 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는 특허를 비롯한 무형자산의 사용에 대한 대가로 받는 지급금을 '사용료'로 정의하고, 제6조 제3항은 그러한 사용료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그 '무형자산이 사용'된 국가에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무형자산의 사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허의 사용’을 특허기술의 실제 활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허권의 행사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

 

대법원은, 미국 특허권에 따른 사용료라 하더라도 그 특허권에 포함된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실제로 사용된 경우에는 그 사용료를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보아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한∙미 조세협약 제2조 제2항은 협약에서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특별한 문맥이 없는 한 해당 체약국의 국내법상 의미를 따른다고 규정한다.  ‘특허의 사용’은 협약에 정의가 없으므로 국내법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 

·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는, 특허가 국외에서만 등록된 경우에도 그에 포함된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사실상 실시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특허가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 그러므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의 행사가 아니라 특허기술의 실제 활용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 효력의 관할 범위에 관한 원칙일 뿐, 특허기술의 사용 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 따라서 원고가 국내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미국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특허기술을 실제로 사용하였다면, 이는 한국에서의 ‘무형자산의 사용’에 해당하고, 미국 특허권자가 수취한 사용료는 한국에서 과세 대상이 된다.

 

반대의견 

 

반대의견은, 한∙미 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이 효력을 가지는 영역 내에서의 권리 행사로 해석되어야 하고, 따라서 미국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한국에서 원천징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 하급심 판결을 지지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한∙미 조세협약에 기재된 ‘patents’는 특허청에 출원하여 심사를 거쳐 등록함으로써 발생하는 권리, 즉 ‘특허권’을 의미하므로, 한∙미 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의 행사로 해석해야 한다.

·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 특허권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특허의 사용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 다수의견의 해석은 국내법이 조약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treaty override)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 본 판결의 의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새로운 기준을 확립하였다. 즉, 국내 사용자가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에 대해 지급하는 사용료라도, 그 특허기술이 한국에서 사용된 경우에 사용료를 한국에서 발생한 과세소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특허권에 관한 것이었지만, 유사한 구조의 조세협약을 체결한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