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은, 해외 기업이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자사 웹사이트에 특허 침해 제품을 게시∙광고하고, 한국의 소비자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경우, 이는 특허법상 특허 침해의 한 유형인 ‘양도의 청약’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본 판결은, 온라인 상거래 환경에 있어서 속지주의의 원칙을 확장적으로 해석하여, 해외에서 행해진 온라인 행위에 대해서도 한국 특허권의 효력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허법원 2025. 5. 22. 선고 2023나10693 판결, 확정).
▶ 사건의 배경
원고는, 양말 편직기에 관한 한국 특허를 보유한 이탈리아 회사이다. 피고는 중국 회사로서, 원고 특허의 권리 범위에 속하는 제품을 중국에서 제조한 후, 이를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하여 광고하고, 판매를 유도하였다.
피고는 온라인에 제품을 게시하면서, 한국어로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원화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한국 내에서의 주문 및 배송에 대응하였고, 나아가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문의 및 상담 서비스도 한국어로 제공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특허법 제2조 제3항의 ‘양도의 청약’에 해당한다며,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였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특허권은 그 등록국에서만 효력이 미치므로,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외국의 웹사이트에 제품을 게시하는 행위가, 국내에서의 ‘양도의 청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피고의 게시 행위가 국외에서 이루어졌고, 청약자, 목적물, 가격 등 청약의 모든 요소가 국외에 존재하므로, 이를 국내에서 이루어진 ‘양도의 청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단순히 한국어 웹페이지를 제공하거나 원화로 가격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국내에서의 양도의 청약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 특허법원 판결
특허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먼저, 국제사법 제39조에 근거하여 한국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였다. 국제사법 제39조 제1항은 지식재산권 침해에 관한 소에서 ‘침해의 결과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경우(제2호)’ 또는 ‘침해행위를 대한민국을 향하여 한 경우(제3호)’에 대한민국 법원이 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법원은 본 사건의 중요한 사실관계가 한국과 실질적인 관련성을 가진다고 판단하여 관할권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특허법원은 피고가 한국어로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에서의 주문 및 원화 결제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서비스 또한 한국어로 제공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그 결과, 피고가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자사 웹사이트에 제품을 게시한 행위는 국내 소비자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특허법상 ‘양도의 청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해외 기업의 온라인 활동이 국외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한국 소비자를 실질적인 대상으로 하는 경우, 특허 침해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례이다. 특히, 특허권자가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세관에서 침해 물품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집행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